Loading-Dependent Diffusion: 흡착량이 증가할수록 분자는 빨라질까 느려질까
제올라이트 기공 안에 분자가 많아지면 확산은 느려질 것처럼 보입니다. 빈 공간은 줄어들고 다른 분자와 마주칠 가능성은 커지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흡착량이 증가하면서 확산계수가 계속 감소하는 계도 있습니다.
하지만 미세기공에서는 반대 현상도 나타납니다. 흡착량이 증가하는데 확산계수가 오히려 커지거나, 처음에는 증가하다가 어느 지점을 지나면서 다시 감소하기도 합니다.
결국 흡착량이 많아졌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분자가 빨라질지 느려질지를 결정할 수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분자가 기공 안의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다음 위치로 이동할 때 어떤 장벽을 넘어야 하는가입니다.
빈자리가 줄어드는데도 확산이 빨라질 수 있다
흡착량이 낮을 때는 기공 안에 이동할 수 있는 빈자리가 많습니다. 이 점만 생각하면 낮은 흡착량에서 확산이 가장 빠르고, 기공이 채워질수록 계속 느려져야 합니다.
그런데 분자는 단순히 빈 공간 속을 자유롭게 떠다니는 것이 아닙니다. 제올라이트가 만드는 에너지 지형 안에서 상대적으로 안정한 위치에 머물다가 다른 위치로 이동합니다.
낮은 흡착량에서는 일부 분자가 에너지적으로 안정한 흡착 위치에 강하게 머물 수 있습니다. 주변의 점유율이 높아지면 이런 상태의 상대적인 안정성이 달라지고, 분자 사이의 상호작용 때문에 다음 위치로 이동하는 과정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흡착량이 증가할 때 두 효과가 동시에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동할 수 있는 빈자리는 줄어들지만, 특정 위치에 갇혀 있던 분자가 다른 위치로 넘어가는 유효한 이동 장벽은 낮아질 수 있습니다.
어느 효과가 더 강한지가 확산계수의 방향을 결정합니다.

기공이 채워지는 순서도 중요하다
같은 흡착량이라도 분자들이 기공의 어느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에 따라 확산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제올라이트에는 모든 위치가 똑같은 에너지를 갖는 단순한 빈 공간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특정 흡착점이 먼저 채워지고, 흡착량이 증가한 뒤에야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의 점유가 시작되는 구조도 있습니다.
이때 새로운 위치의 점유가 분자의 이동 경로와 연결돼 있다면 확산계수는 단순히 전체 흡착량에 비례해서 변하지 않습니다. 특정 점유율을 경계로 분자가 이용하는 경로가 달라지거나 이동 장벽이 변하면서 확산곡선의 기울기까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흡착량 의존성을 볼 때는 ‘기공이 몇 퍼센트 채워졌는가’만 확인하는 것보다 ‘어떤 위치가 먼저 채워지고 그 위치가 이동 경로와 어떻게 연결되는가’를 함께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케이지와 기공 입구가 있는 구조에서는 경쟁이 더 분명해진다
비교적 넓은 케이지(cage)가 좁은 기공 입구(window)로 연결된 제올라이트에서는 흡착량에 따른 확산 변화가 더 뚜렷하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분자는 케이지 안에서 움직일 수 있지만 다른 케이지로 넘어가려면 좁은 기공 입구를 통과해야 합니다. 이 경우 전체 기공에 얼마나 많은 빈 공간이 남아 있는지만큼이나 기공 입구 주변의 점유 상태가 장거리 확산에 중요해집니다.
낮은 흡착량에서는 분자가 케이지 내부의 안정한 위치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 수 있습니다. 흡착량이 증가하면서 분자 사이의 상호작용과 점유 위치가 달라지면 기공 입구에 접근하고 이를 통과하는 과정이 상대적으로 쉬워지는 구간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공이 계속 채워지면 반대 효과가 강해질 수 있습니다. 이동 가능한 빈자리가 부족해지고 기공 입구를 통과하려는 분자들의 움직임이 서로 영향을 주면서 확산이 다시 느려질 수 있습니다.
이처럼 이동 장벽을 낮추는 효과와 높은 점유율에서 나타나는 이동 제약이 경쟁하면 확산계수는 흡착량과 함께 처음에는 증가하다가 최대값을 보인 뒤 다시 감소하는 형태를 나타낼 수 있습니다.
분자 크기가 비슷해도 같은 곡선이 나오지는 않는다
흡착량 의존성은 기공 크기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분자가 기공 입구를 통과할 때 필요한 에너지, 골격과의 상호작용, 분자 사이의 상호작용, 흡착점의 배열과 연결성이 모두 영향을 줍니다. 크기가 비슷한 두 분자라도 하나는 흡착량 증가와 함께 확산이 느려지고 다른 하나는 특정 구간에서 빨라질 수 있습니다.
특히 기공 입구의 크기와 분자 크기가 비슷한 경우에는 작은 구조적 차이도 이동 장벽을 크게 바꿀 수 있습니다. 골격의 유연성이나 양이온처럼 기공 내부에 존재하는 성분이 이동 경로에 영향을 주는 계라면 흡착량에 따른 변화는 더 복잡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서로 다른 제올라이트의 확산곡선을 비교할 때 단순히 기공 직경만 나란히 놓고 해석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습니다. 실제 분자가 어느 경로를 이용해 이동하고 어떤 기공 입구를 통과해야 하는지도 함께 봐야 합니다.
확산계수의 종류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흡착량이 증가하면서 확산계수가 커졌다’는 그래프를 발견했다고 해서 곧바로 지금까지 설명한 분자 이동성의 변화라고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자기확산계수, Maxwell–Stefan 확산계수, 수송확산계수는 같은 물리량이 아닙니다. 특히 수송확산계수에는 흡착 열역학의 영향까지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등온선의 비선형성이 강한 구간에서는 분자의 이동성이 거의 변하지 않아도 값이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반면 Maxwell–Stefan 확산계수 자체가 흡착량에 따라 달라진다면 점유 상태와 분자 사이의 상관운동, 이동 경로와 장벽의 변화처럼 기공 내부의 이동성에 직접 영향을 주는 원인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흡착량 의존적인 확산을 볼 때는 그래프의 기울기보다 먼저 세 가지를 확인하는 편이 좋습니다. 어떤 확산계수를 표시한 것인지, 같은 구간에서 흡착등온선은 어떻게 변하는지, 그리고 기공 안에서 어떤 위치가 채워지고 있는지입니다.
흡착량만으로 빠르다와 느리다를 결정할 수 없다
흡착량이 증가하면 빈자리가 감소하기 때문에 확산이 느려질 가능성은 커집니다. 하지만 그것은 전체 현상의 한쪽뿐입니다.
점유 상태가 달라지면서 이동 장벽이 낮아질 수도 있고, 새로운 이동 경로의 이용이 가능해질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높은 점유율에서는 빈자리 부족과 분자 사이의 상관운동이 강해지면서 다시 확산이 억제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흡착량에 따른 확산계수의 변화는 ‘분자가 많아져서 막힌다’는 한 문장으로 설명할 수 없습니다. 같은 흡착량 증가라도 제올라이트의 골격 구조와 점유 위치, 이동 장벽, 분자 사이의 상호작용이 어떻게 변하는지에 따라 확산계수는 증가할 수도, 감소할 수도, 중간에 최대값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확산곡선의 모양 자체가 기공 안에서 어떤 수송 메커니즘이 바뀌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서가 되는 이유입니다.
참고자료
Kärger, Ruthven & Theodorou, Diffusion in Nanoporous Materials (2012)
Krishna, Chemical Society Reviews (2012)
Beerdsen, Dubbeldam & Smit, Physical Review Letters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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