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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figurational Diffusion 영역에서 Fick 법칙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분자수송

읽는 시간 약 8분

농도차가 있으면 분자는 높은 농도에서 낮은 농도로 이동합니다. 이 익숙한 확산 현상을 가장 간단하게 표현하는 것이 Fick 법칙입니다.

J = −D∇c

여기서 J는 분자의 이동량을 나타내는 플럭스, D는 확산계수, ∇c는 농도구배입니다. 희석된 유체처럼 농도 변화와 분자 이동의 관계가 비교적 단순한 계에서는 이 식만으로도 확산을 잘 설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올라이트의 미세기공에서는 이야기가 복잡해집니다. 분자가 거의 한 줄로 통과해야 할 만큼 좁은 채널에서는 흡착량이 증가할수록 빈 흡착 위치가 줄어들고, 이미 들어와 있는 다른 분자와의 상호작용도 커집니다.

이런 환경에서도 농도구배와 하나의 일정한 D만 알면 분자의 이동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을까요. 미세기공에서 나타나는 구성 확산(configurational diffusion)을 다룰 때는 이 질문부터 다시 볼 필요가 있습니다.

Fick 법칙에 그대로 D 하나를 넣어보면

가장 단순하게 생각하면 제올라이트 결정의 양쪽에 서로 다른 농도가 있을 때 Fick 법칙에 따라 농도가 높은 쪽에서 낮은 쪽으로 플럭스가 생깁니다.

문제는 이때 사용하는 확산계수 D가 일반적인 유체에서처럼 항상 일정한 값이 아닐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흡착량이 낮으면 기공 안에는 이동할 수 있는 빈 공간이 많습니다. 하지만 흡착량이 증가하면 다른 분자가 이동 경로와 흡착 위치를 차지하면서 이동 가능한 빈자리가 줄어듭니다. 반대로 분자 사이의 상호작용이나 집단적인 움직임 때문에 특정 흡착량 구간에서 이동성이 증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따라서 실험에서 얻은 농도 의존적인 Fick 확산계수를 단순히 그 분자가 원래 가지고 있는 고유한 이동속도로 해석하면 실제 기공 안에서 어떤 과정이 확산을 지배하는지 놓칠 수 있습니다.

진짜 구동력은 농도가 아니라 화학퍼텐셜이다

비평형 열역학에서는 분자 이동의 구동력을 단순한 농도구배보다 화학퍼텐셜의 구배로 보는 것이 더 일반적입니다.

제올라이트 기공 안의 분자는 단순히 어느 쪽에 분자가 더 많은지만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닙니다. 흡착질과 골격의 상호작용, 이미 흡착된 분자와의 상호작용, 흡착량에 따라 달라지는 평형상태가 모두 분자의 이동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흡착량을 q로 나타내면, q가 변할 때 화학퍼텐셜이 얼마나 민감하게 달라지는지를 흡착평형과 연결해서 볼 수 있습니다. 이 효과를 나타내는 핵심 값이 열역학적 인자(thermodynamic factor)입니다.

Γ = ∂ln f / ∂ln q

여기서 f는 흡착질과 평형을 이루는 기체상의 퓨가시티입니다.

Henry 영역처럼 흡착량이 매우 낮고 등온선이 거의 선형이라면 Γ는 1에 가까운 값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압력이 올라가면서 등온선이 크게 휘거나 포화에 가까워지면 Γ 역시 흡착량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래서 똑같은 크기의 흡착량 구배가 있다고 해도 항상 같은 확산 구동력이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형태의 흡착등온선을 갖는지에 따라 흡착량의 차이가 화학퍼텐셜의 차이로 변환되는 정도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Codex 이미지 2026년 9월 17일 오후 03 49 20

확산계수 하나가 여러 이름으로 갈라지는 이유

여기서 구성 확산을 어렵게 만드는 또 하나의 문제가 나타납니다.

미세기공 확산을 다룬 문헌에서는 모두 확산계수라고 부르더라도 측정 방법과 정의에 따라 서로 다른 물리량을 가리킬 수 있습니다.

자기확산계수(self-diffusivity)는 평형상태에서 특정 분자 하나를 추적해 얼마나 이동하는지를 봅니다. 반면 수송확산계수(transport diffusivity)는 화학퍼텐셜 구배에 의해 나타나는 집단적인 이동과 연결됩니다. Fick 확산계수(Fickian diffusivity)는 플럭스를 농도구배와 연결했을 때 나타나는 계수입니다.

따라서 같은 제올라이트 안에서 같은 분자를 대상으로 측정했더라도 어떤 확산계수를 보고 있는지 확인하지 않으면 서로 다른 의미의 숫자를 직접 비교하게 될 수 있습니다.

이 세 확산계수의 차이는 다음 15번 글에서 따로 다루겠습니다. 여기서 기억할 것은 Fick 식에 들어가는 D를 분자 하나의 이동성 자체와 곧바로 같은 값으로 볼 수 없다는 점입니다.

등온선의 곡률이 수송에 영향을 주는 순간

흡착과 확산을 서로 독립적인 현상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미세기공 안에서는 둘이 연결됩니다.

예를 들어 Langmuir형 흡착이 포화에 가까워지면 흡착량을 조금 더 증가시키기 위해 퓨가시티가 크게 변해야 할 수 있습니다. 이때 앞에서 살펴본 열역학적 인자 역시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Fick 확산계수가 흡착량에 따라 증가했다고 해서 기공 안에서 분자 자체의 이동성도 같은 정도로 증가했다고 바로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관측된 확산계수에는 실제 분자 이동성의 변화뿐 아니라 흡착평형의 열역학적 변화도 함께 반영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Darken 관계를 이용한 해석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단순화된 조건에서는 분자의 이동성을 나타내는 확산계수와 열역학적 인자를 함께 고려해 관측되는 Fick 확산계수를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실험에서 D가 흡착량에 따라 변하는 모습을 볼 때는 확산계수만 따로 놓고 보기보다 같은 구간에서 흡착등온선의 곡률이 어떻게 변하는지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좁은 기공에서는 분자들이 서로 독립적이지 않다

구성 확산에서 또 하나 눈여겨볼 부분은 기공에 의한 구속 효과입니다.

제올라이트 채널의 폭이 흡착질 분자의 크기와 비슷해지면 분자들이 벌크 유체에서처럼 자유롭게 서로를 비켜 지나가기 어렵습니다. 구조에 따라서는 한 분자가 움직이기 위해 주변 분자도 함께 움직여야 하거나, 분자들이 사실상 한 줄을 따라 이동하는 단일파일과 유사한 움직임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조건에서는 분자가 흡착 위치 사이를 이동하는 과정, 흡착점의 점유 상태, 이동 가능한 빈자리의 수, 분자 사이의 상관된 움직임이 확산에 영향을 줍니다.

따라서 실제 플럭스는 국소적인 농도차 하나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제올라이트의 골격 구조와 흡착 환경, 기공 안에 함께 존재하는 분자들의 움직임이 결합된 결과로 나타납니다.

기공이 좁다는 이유만으로 확산계수 D를 작은 값으로 정해 Fick 식에 넣는 것만으로는 미세기공 안에서 이동이 느려지는 물리적 원인까지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Fick 법칙이 틀렸다기보다 D 안에 물리가 숨어 있다

그렇다고 미세기공에서는 Fick 법칙을 사용하면 안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흡착량에 따라 달라지는 Fick 확산계수를 적절하게 사용하면 거시적인 분자 수송을 기술하는 데 여전히 유용합니다. 실제 흡착 속도 해석이나 입자 규모의 수송 계산에서도 이런 접근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Fick 식 자체가 맞느냐 틀리느냐보다 그 안의 D가 무엇을 포함하고 있는지를 구분하는 일입니다.

제올라이트 미세기공에서 관측되는 D에는 골격 구조, 흡착량에 따른 분자 이동성, 흡착 열역학, 분자 사이의 상관된 움직임이 함께 반영될 수 있습니다. 같은 이유로 측정 방법이나 정의가 달라지면 같은 물질에서도 서로 다른 확산계수가 얻어질 수 있습니다.

결국 Fick 법칙은 관측된 플럭스를 표현하는 데 사용할 수 있지만, D가 왜 흡착량에 따라 변하는지를 설명해 주지는 않습니다. 그 원인까지 보려면 흡착평형이 만드는 열역학적 구동력과 기공 안에서 분자들이 실제로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참고자료

Kärger & Ruthven, Diffusion in Zeolites and Other Microporous Solids (1992)

Krishna, Chemical Society Reviews (2012)

Dubbeldam et al., Physical Review Letters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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